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기자단 칼럼

근데 과학을 배우면 어디에 좋아요?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10. 14.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를 읽고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304 쪽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는 1편과 마찬가지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쓴 칼럼을 엮은 책이다. 전편과 차이점이 있다면 정치색이 조금 더 빠지고, 과학과 생활이 좀 더 밀접한 시선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는 이정모 관장의 인터뷰가 있는데, 정치색을 빼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그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내용은 총 5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과학의 쓸모’, 2부는 ‘사랑이 이긴다’, 3부는 의심능력, 4부는 ‘동물의 도움’, 5부는 ‘함께 살 만한 곳’이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의 내용은 과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쓸모가 있는지 살펴 본다. 그리고 결국 이곳을 함께 살아갈 만한 곳으로 만들어 가자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꽤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이정모 관장은 이것을 쉽게 풀어낸다.

1부에서 처음 공감했던 부분은 “과학은 ‘모른다’에서 시작한다”라는 부분이었다.

 

고생물학자 토머스 홀츠의 말마따나 때로 과학에서는 ‘모른다’가 제일 좋은 답이다. 과학에서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모른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을 믿는 게 가장 안전하다. 짐작은 얼마든지 하되 대답은 모른다고 하자. (‘디에고도 모른다’ 중에서)


과학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려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부분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자신이 아는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면, 상대방의 말을 들을 자세가 된다. 즉,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준비가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병사하고 싶다’는 제목을 봤을 때 가슴이 덜컹했다. 책에 따르면 자연사란 굶어 죽든지 아니면 잡아먹혀서 죽는 거다. 자연사는 당연히 수명이 다 해서 죽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장이었다. 한국 사람 여덟 명 가운데 한 명은 돌연사 한다고 한다. 이유는 한 가지. 심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돌연사를 겪은 가족은 황망함을 지우기 어렵다.

 

필자도 배우자의 돌연사를 겪었다. 심폐소생술을 배웠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필자의 시아버지는 3년간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아버님의 투병기간 동안 가족은 죽음에 대해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아버님은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천천히 숨을 거두셨다. 슬펐지만 황망하지는 않았다. 이 장을 보고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병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모 관장은 이 장에서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며, 죽음에 대한 대처를 연습할 것을 말한다. 황망하게 숨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리고 권유한다. 자연사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병사하자고.  이렇게 단어의 한 가지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되면 그것을 삶에 연관시킬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과학이다.

개념에 관한 이야기는 ‘우성과 열성은 없다’에서도 다루어진다. 일본 유전자학회는 ‘변이’는 다양성’으로, ‘색각이상’과 ‘색맹’은 ‘색각다양성’으로 바꿔 표현하기로 했다. 유전자 정보가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세상에 우성 인간과 열성 인간 따위는 없다. 다양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우성과 열성은 없다’ 중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삶의 이야기에 적용된다. ‘온전하게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장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급식에서 오이 남긴다고 야단치지 마시라.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 거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편식은 나쁜 것이고, 모든 것을 다 잘 먹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다양하게 창조되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의 생각과 취향과 식성이 같을 수 있겠는가.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사람을 ‘틀린’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을 배우면 그런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였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환경 문제 또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정모 관장은 두바이의 통치자였던 셰이크 라시드 빈 사이드 알 막툼(1912~1990)의 유명한 말을 인용한다.

 

“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다. 나의 아버지도 낙타를 탔다. 나는 메르세데스를 탄다.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탄다. 그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탈 것이다. 그러나 그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충격받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환경 문제가 당장 내 세대에서 일어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구 환경이 무너지는 때는 1억 5천 년 이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기에 환경이 파괴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과학은 자연생태계뿐만 아니라 도서관 생태계에도 생각을 미치게 한다.

 

한국의 출판과 도서관 생태계는 거의 무너졌다. 지식 허브가 사라지고 있다. 도서관은 조금 나주에 지어도 좋으니 사서를 먼저 충원하자.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서가 먼저다 ( ‘내 인생을 바꾼 그의 등쌀’ 중에서)


이 장을 읽고 웃음이 났다. 왠지 인문학 분야에서 나올 만한 말인 것 같은데, 과학책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나의 고정관념을 알려주는 장이었다. 과학은 삶의 모든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크게 웃은 부분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에 사는 모든 수컷 가운데 단 4~5퍼센트만이 짝짓기에 성공한다.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정말 복 받은 거다. 나를 선택해준 우리 장인어른의 따님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배필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


과학이 마냥 멀게 느껴지고, 일반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삶이 지루하거나 허망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았으면 좋겠다.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면 웃음이 나온다. 과학은 웃음을 짓게 한다.


 

글 | 이혜련 편집위원(1221hannah@hanmail.net)

아들 둘, 딸 둘과 하루하루 인생을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 하나님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과신대를 만나 초보 기자로 활동중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