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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대 이야기/과신대 사람들

뇌과학자 김성신 박사님을 만났습니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4. 23.

 

* 과신대 기자단에서 제19회 콜로퀴움 발표자이신 김성신 박사님(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이미징 연구단)을 만나고 왔습니다. 김성신 박사님의 안내를 따라 뇌과학 실험실과 장비를 소개받고 재미있는 뇌과학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콜로퀴움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수강신청 바로가기]

 

일시: 2020년 4월 10일

인터뷰어: 백우인, 최경환

 

 

과신대 회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의 김성신 박사입니다. 저는 최첨단 뇌과학 장비를 사용해서 인간의 기억과 학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학습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과신대는 어떻게 아시게 되셨나요?

 

한 4년 전인가, 제가 시카고에 있을 때, 제가 있는 시카고 온누리 교회에 우종학 교수님이 오신 적이 있어요. 우종학 교수님이 강연을 하셨는데, 아마 우 교수님은 기억을 못 하시겠지만,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제가 식사 기도를 했습니다.^^

 

어쩌다 뇌과학을 공부하게 되셨나요?

 

우연인데요. 저는 원래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때 트랜드가 정보통신 분야여서 그쪽을 기웃거리다 마친 응용생체공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를 복수전공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뇌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유학을 가서는 뇌과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다양하게 이것저것 공부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뭔지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뇌과학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영어로는 Neuroscience라고 하는데, 이걸 그대로 번역하면 신경과학이라는 말이 더 맞습니다. 암튼, 뇌과학은 학제 간 연구인데, 뇌과학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 화학, 생물학, 심리학, 심지어는 법학에서 학제 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뇌에 대한 이해를 다양한 분야에서 하는 거죠. 융합 학문의 성격이 강합니다.

 

실제로 어떤 실험을 하나요? 뇌를 분해해서 조사하나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도 있고,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쥐나 원숭이나 새의 뇌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또 다양한 레벨에서 실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유전자 레벨에서 연구를 할 수도 있고, 세포 레벨 혹은 상위 레벨인 뇌의 네트워크를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뇌의 기능 별로 연구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인지나 행동의 수준에서 연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특별히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라고 불리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기억이나 학습과 같은 좀 더 고등 인지기능을 연구합니다. 주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었는데, 지금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고 인지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건가요?

 

우리가 외부 사물을 인식할 때, 감각 기관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뇌가 인지하기도 하지만, top-down 방식으로 인식하기도 해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사물을 인지하기도 하죠. 이렇게 되면 착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기존 지식으로 인해 왜곡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각 영역에서 이런 실험도 많습니다. 실제로 시각이 인식하는 것과 다르게 뇌가 인식하는 것이죠. 많이 아시는 것처럼, 같은 길이인데 어떤 건 더 길게 보이기도 하고 짧게 보이기도 하죠. 우리의 실제로 지각하는 것이 실제 지각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뇌가 어떤 해석을 하고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죠.

 

고무 팔 착시 현상이라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 실제 자기 팔과 고무 팔을 하나씩 올려놓고, 붓으로 양쪽을 모두 간질이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고무 팔이 실제 자신의 팔이 아님에도 그 고무 팔이 마치 자기 팔처럼 느껴지는 착시 현상이 일어납니다. 소위 이것을 embodiment 체화된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누가 고무 팔을 바늘로 찌르려고 하면, 실제로 자기 팔을 찌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종의 착시죠. 뇌가 이것을 동기화시키는 거죠.

 

자전거를 탈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죠. 누군가 끼어들면, 마치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처럼 느끼는 거죠. 사물과 자기 자신이 일치되는 현상을 경험하는 거죠. 이처럼 우리가 정말 실체를 인식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죠.

 

합리적 의사결정도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과 붙어 있는 감정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냥 그게 좋아서 결정을 내리는 거죠. 분명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죠.

 

요즘 이와 관련된 책을 보면 ‘신경중심주의’나 ‘뇌결정론’과 같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용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아직 우리가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어찌 됐던 모든 것들이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라고 말합니다. 종교적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제 지도교수님도 ‘종교는 그저 망상(illusion)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뇌에서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실과 인식의 괴리로 인한 착시라는 거죠.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인과관계를 엄밀하게 적용하거나 어떤 법칙으로 뇌과학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질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상관관계입니다. A와 B가 어떤 관련이 있는 건데, 마치 이것이 인과관계인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뇌과학은 그런 유혹에 시달립니다. 제가 하는 fMRI도 상관관계입니다. 관련이 있는 거죠. 그런데 이것이 마치 A가 B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저희는 그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죠. 하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거죠. 저는 뇌라는 것이 워낙 복잡한 시스템이라서 이것을 환원주의적으로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신앙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의 뇌는 소우주입니다. 뇌를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가 아는 것이 정말 너무 적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저한테 뇌에 대해서 뭘 물어보면, 태반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우리가 뇌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설령 먼 미래에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한다고 해도 과연 우리가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의식과 같은 주제들이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또 한편, 의식에 대한 질문은 과연 이것이 과학의 영역이냐, 과학이 대답할 수 있는 영역이냐 하는 것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이번 과신대 콜로퀴움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뇌과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뇌과학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뇌와 관련된 사이비과학, 유사과학도 많습니다. 뇌호흡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도 있고. 그리고 뇌와 관련된 영화도 많이 있어서 그런 것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뇌과학과 관련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도 간단하게 다뤄보려고 합니다.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돼서 사람의 정체성이나 성격이 바뀌는 사례라든가, 기억이 사라지는 사례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저는 과학철학이나 신경윤리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라서 제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인지신경과학에 대한 소개, 기억과 학습에 대한 연구, 뇌이미징 최신 기술이나 신경조절기술 같은 최근 뇌과학의 연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뇌과학의 미래에 대해서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또 제가 연구하는 분야의 한계도 말씀드리려 합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이 언론을 통해 접하는 것을 보면 당장 뭐라도 될 것처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뇌과학의 실상과 기술의 한계도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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