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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가나의 혼인잔치: 언약"을 보고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1. 7.

 

"가나의 혼인잔치: 언약"을 보고

(Before the Wrath, 2020)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되고 CBS에서 수입하여 2020년 11월 26일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다. 성경에 나오는 가나 혼인 잔치로 대표되는 고대 갈릴리 결혼 풍습에 예수님 재림과 휴거에 대한 예언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하면서 고대 갈릴리 혼인 풍습을 영화로 재현하면서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 그 내용을 밝히고 있다.

 

예수님의 재림에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 ‘휴거(the Rapture)’와 ‘최후의 심판(the Wrath)’이다. 우리말 번역 영화 제목으로는 ‘가나의 혼인잔치: 언약’이라고 되어 있지만 영화의 원제는 ‘Before the Wrath 분노의 날(최후 심판의 날) 이전’으로 ‘휴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종말론과 관련된 예수님의 재림과 휴거는 교회에서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이사야서의 초림에 대한 예언은 크리스마스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이미 밝혀졌지만, 재림은 미래에 관한 것이기에 그  해석이 난해하고 관점이 분분하여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신천지와 같은 이단들이 현실을 불안해하고 기존 교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러한 예언을 근거로 미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때에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뛴다는 분도 있다. 과거에도 전쟁, 자연재해 또는 팬데믹으로 세상이 혼란하고 불안할 때 종말론이 만연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CBS와 같이 공신력 있는 기독교 방송이 이런 류의 영화를 수입하여 앞장서서 배급하는 것에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물론 재림과 휴거의 비밀을 보여준다고 하니 다른 종교영화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주제이기는 하겠지만.

 

 

영화는 갈릴리 혼인 과정을 배우들을 동원하여 영화로 만들었지만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혼인 과정과 재림이나 휴거와의 연결성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그리고 종말론과 관련된 영화들이 그렇듯이 이 영화도 이미 TV에 나왔던 전쟁, 재난 등의 화면을 말세의 징조처럼 중간중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사람들이 재림의 때와 시에 대하여는 관심이 많으면서 재림의 이유는 묻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갈릴리 출신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복음서의 2/3가 갈릴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예수님은 그 곳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복음을 전할 때 갈릴리의 풍습을 비유로 많이 드셨다고 한다. 특히 종말과 재림에 관련해서는 혼인예식을 들어 비유하셨는데, 갈릴리 혼인 풍습을 잘 들여다보면 재림과 휴거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갈릴리 혼인 과정은 약혼식으로부터 결혼식까지 보통 1년이 걸린다고 한다. 혼인 과정은 예비신랑과 가족들이 신부가 사는 마을에 찾아가서 마을 입구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올리는 약혼식으로 시작된다. 약혼식에서 신랑은 서약이 담긴 약혼 증서를 신부에게 주고, 신부는 청혼을 승낙하는 의미로 포도주 잔을 받는다. 청혼이 받아들여지면 신랑은 큰 소리로 “당신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선별되었소.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서 당신과 새 포도주를 마시기 전까지는 이 잔에 든 것을 마시지 않겠소”하고 선언한다. 영화는 이것이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과 유사하다고 했다.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과 떡과 포도주를 나누고 신랑의 선언과 유사한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약혼식 후에 예비 신랑과 신부는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약 1년에 걸쳐서 결혼식 준비를 한다. 신랑은 신부와 같이 거주할 집(방)을 짓고 신방을 꾸미는데 여기에 큰 비밀이 있다고 했다. 예수님이 요한복음 14장 2-3절에서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신랑이 집을 짓고 신부를 데려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갈릴리 결혼 비밀의 핵심은 결혼식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식 날짜는 신랑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데, 그 누구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는다. 신랑 아버지가 결혼 준비과정을 지켜보다가 다 됐다 싶으면 불시에 신랑에게 “지금이 때다. 신부를 데려오라.”고 통보한다. 그런데 그 시간이 낮이 아니라 한밤중이다. 그래서 신랑이나 신부는 서둘러 완벽한 결혼 준비를 해놓고 통보가 올 때까지 비상대기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는 예수님이 재림의 때를 묻는 제자들에게 “내가 다시 돌아오는 그 때와 시는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도, 아들도 모른다.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마태복음 24:36)”고 대답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갈릴리 결혼 예식 안에 바로 이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재림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에서 사도 바울이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 이른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재림은 밤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버지의 지시를 받은 신랑은 신부가 사는 집에 가서 신부를 데려온다. 오고 가는 길에서는 한밤이지만 나팔을 불어 동네 사람들을 다 깨어 모은다. 그리고 신부는 가마에  태워져 들려서 신랑 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영화는 바로 이것이 공중에 들려 아버지 집, 하늘 나라로 가는 휴거를 상징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휴거’라는 말은 잘 쓰지 않고 주로 ‘재림’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는 ‘휴거’에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원제 ‘Before the Wrath’가 잘 말해주고 있다. ‘재림’을 ‘휴거’로 이해해야 영화의 스토리가 잘 연결된다. 우리가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이유를 묻는다면 바로 휴거 때문이지 심판을 기다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갈릴리 혼인 절차와 재림과 휴거 예언은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면서 그 비밀이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재림과 휴거를 믿고 임박한 종말에 대비하여 깨어 있으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재림(휴거)’의 때와 시에 대하여는 관심이 있지만 ‘재림(휴거)’의 이유는 묻지 않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재림’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림(휴거)’을 믿지 않는 것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며, 성경의 권위를 부인하는 잘못된 신앙이라고 한다.

 

휴거 사건을 결혼식에 비유하여 신랑 아버지가 정한 날에 신랑이 보낸 가마에 들려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성경에도 예수님과 신자의 관계를 신랑 신부의 관계로 비유했고, 천국이나 재림에 관해서도 열 처녀의 비유나 어린 양 혼인 잔치 등 여러 곳에 비유가 나온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갈릴리 혼인 풍습이 휴거의 비밀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다소 비약도 보인다. 갈릴리 결혼식의 날짜는 미리 정해지지 않아도 대체로 1년 내외 상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재림과 휴거는 사람이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재림이 밤에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것도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의 “형제들아 때(크로노스: 물리적인 시간)와 시기(카이로스: 하나님이 정한 때)에 관하여는 너희에게 쓸 것이 없음은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알기 때문이라”에서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라는 표현은 불예측성을 강조하는 말이지, 밤에 온다는 말이 아니다. 만일 영화의 주장대로 휴거가 밤에 이루어지려면 항상 낮과 밤이 혼재되어 있는 지구 상에서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거나 순차적으로 여러 번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등장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권위 있는 신학자라기 보다는 종말론을 주장하는 특정 단체나 교회를 대변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중동 인류학자로 소개하고 있는 재이 맥칼Jay McCarl은 학자라기보다는 중동 관련 저술을 많이 하는 목사다. 젠 마르켈Jan Markell 이 속한 올리브 트리 미니스트리Olive Tree Ministries 은 종말론을 주장하는 선교단체다. 또 신학자/목회자로 소개하고 있는 J. D. 파락 Farag과 잭 힙스Jack Hibbs는 성서문자주의와 세대주의를 주장하는 Calvary Chapel 교회의 목사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라는 미국의 기독교 전문 조사기관의 통계를 인용하고 있는데, 조사 대상이나 표본 수 등 기본적인 통계도 밝히지 않고 있어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영화는 언제 올지 모르지만 임박한 휴거에 대비하여 ‘깨어 있으라! 는 말을 되풀이한다. ‘깨어 있으라’는 밤에 잠도 자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깨어 있는 생활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 13장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11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12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
13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14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깨어사는 삶이란 방탕하지 말고 경건하게 사는 것이다. 이는 성도로서 마땅한 삶이며 재림(휴거)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왜냐하면 성도는 재림의 때가 오지 않더라도 죽으면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위험하다. 종말과 예수님의 재림과 휴거는 성경에 근거가 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예언을 믿을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예수님이 재림하고, 내가 죽지 않고 휴거 되어  하늘나라에 간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그러나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식을 기다리는 예비신부처럼 일상을 포기하고 늘 단장하고 예복을 준비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깨어 있으라’는 말 이상은 할 수 없다. 자칫 더 이상 나가면 이단 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와 유대교로부터 지독한 박해를 받았던 많은 초대 기독교인들은 ‘마라나타!’ 하면서 속히 예수님이 재림하여 암울한 세상을 끝내고, 휴거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종말론에 빠져 일상을 포기하고 재림만 기다리는 데살로니가 교회 교인들을 엄히 질책했다. 그 후에도 많은 이단들이 나타나 종말론을 주장하며 사람들을 미혹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려왔다. 지금도 휴거 대상 144,000명에 들어야 한다는 신천지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미혹되고 있다. 믿음이 좋은 사람은 죽지 않고 공중에 들리어 하늘나라에 간다는 예언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이를 근거도 크리스천의 삶에 어떤 지침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송윤강

과신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카오스와 과신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글을 기고할 예정이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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