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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핵 평화의 시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4. 11.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달이 넘었다.
애초 우크라이나보다 전력상 절대 우위에 있는 러시아가 수일 내로 우크라이나를 함락하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격으로 전쟁 개시 1달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은 교착 상태이며 오히려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전쟁을 끝낼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러시아는 종전 협상을 하는 한편 전세가 불리해지면 전술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2. 만일 실제로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블록버스터(block buster)라고 불리는 초대형 고성능 폭탄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TNT 폭약 20톤으로 만들어진 이 초대형 고성능 폭탄은 하나만으로도 대도시의 한 구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전쟁 중에 사용된 폭탄의 총량이 약 200만 톤, 즉 2메가 톤에 달했다고 한다.  2메가톤이 되려면 블록버스터 10만 개가 있어야 한다.  이 폭탄들이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일본의 하늘에서 비 오듯 쏟아져 약 5천만~7천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남북한 인구를 합한 정도가 인류가 전쟁 때문에 지구 위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2메가 톤은 현존하는 수소폭탄 1개의 위력밖에 되지 않는다!

3. 2차 세계대전을 끝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위력은 13킬로톤이었다. 
이 때 양 도시 합해서 13만~25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미국은 이 ‘리틀 보이’라 불리는 핵폭탄의 위력을 알기 때문에 B29 폭격기에 실어나를 때, 만에 하나라도 비행 중 미국 영공에서 터질 기능성을 고려하여 해체하여 비행기에 실은 후 일본 상공에서 조립해서 투하했다고 한다.

4. 현존하는 최고 위력의 핵폭탄은 1961년 소련이 실험한 수소폭탄으로 위력이 50 메가톤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핵무기를 2015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850개나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는 3만 개가 넘었지만, 전략핵무기 감축 협상을 통하여 감축한 것이 이 정도다. 

5. 미국은 새로운 전략 핵무기감축협상(New START)을 통하여 핵보유국의 핵무기를 계속 감축해 나가는 한편 다른 나라가 추가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오래전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의 견제에도 핵보유국이 되었고, 북한도 거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북한의 핵무기를 없앨 수 없다면 이에 대응하여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란을 비롯하여 반서방적 정서를 가진 중동국가들도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에 맞서 언젠가는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6. 전문가들은 앞으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수 시간 이내에 총 1만 메가톤이 넘는 파괴력을 가진 핵폭탄들이 집중파괴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반 나절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쓰인 폭탄의 5천 배가 투하되는 것이다. 이런 전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단순계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사람 수 5천만 명의 5천 배면 2,500억 명이니, 십 분의 일 정도로 보더라도 전 인류가 다 죽는다. 

 


7. 설사 몇몇 사람이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전 지구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핵폭발은 오존의 상당량을 파괴할 것이다. 이 때문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지구 대기에는 먼지의 양이 증가하고, 먼지의 증가는 태양 복사를 차단하여 지표 온도를 낮춘다. 작은 온도의 변화도 농업 생산량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핵폭발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은 몇 세기에 걸쳐 인체의 면역체계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마지막 남은 인류는 전염병과 새로운 종류의 미생물, 퇴행성 돌연변이와 싸우다 죽어가리라는 것이 칼 세이건의 예측이다.

8. 현재 재래식 무기에 의한 국지전은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제2차세계대전 때 일본에 투하된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70년간 실제로 전쟁에 사용된 적은 없다. 
각국이 핵무기의 가공한 위험을 알기 때문이다. 일단 어느 한 쪽이라도 핵 공격을 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맞대응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정신을 가진 국가(의 지도자)라면 결코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9. 첫째, 핵보유국가는 언제든지 궁지에 몰리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지만, 러시아의 군사 교리상 핵무기 사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10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러시아군 군사교리는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전력으로 공격해오는 적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있음 직하지 않은 전망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재래식 전력으로 패배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교리를 실행에 옮길지 결정해야 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매일경제 2022.03.30).

10. 새뮤얼 헌팅턴은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역 분쟁이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예언했다. 
최근 들어 미국과 함께 세계 이대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남국중해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고, 이에 대한 미국과 서방세계의 견제로 점점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핵보유국들이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 싸우다 항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11. 두 번째는 IS와 같은 테러집단도 핵무기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핵무기 제조기술은 더는 첨단기술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플루토늄만 구한다면 누구나 쉽게 제조할 수 있을 정도다. 죽음을 오히려 순교로 여기는 극단적인 신앙을 가진 테러집단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그 결과는 누가 봐도 뻔하다. 테러집단이 911테러와 같은 무모한 공격을 할 것이라고 실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는 누가 예측했겠는가!

12. 세 번째는 오인으로 말미암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1908년 제정 러시아 시절, 시베리아 오지에서 퉁구스 족이 사는 곳에서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목격됐다. 그것이 지평선에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약 2천 제곱킬로미터의 숲이 모두 납작하게 밀렸고, 낙하지점 가까이에 있던 수천 그루의 나무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그때부터 이틀 동안은 미세한 고체 티끌 입자들이 대기 중에 하도 많이 떠돌아다녀서 폭발 지점에서 무려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런던에서도 한밤중에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온 하늘이 산란광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원인은 혜성의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13. 만일 이런 사건이 지금 발생한다면 핵폭발로 오인될 수 있다. 
왜냐하면 치솟는 거대한 불덩이의 규모이며 버섯구름의 출현이 핵폭발 때문에 생기는 현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핵폭발에서 생기는 감마선의 방출과 방사능 낙진이 없다는 점에서 당시 폭발은 핵폭발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이는 한참 후의 일이다. 만일 이런 폭발이 러시아, 미국, 중국 등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가에 일어나고, 폭발 당시에 핵 공격을 당했다고 오판하고, 그 대응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초기 증상만 보고 바로 대응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어떤 뜻밖의 이유로도 인간은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오판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본다. 

 


14. 핵무기에 대한 기독교의 의견은 무엇인가?
기독교에서는 핵 평화주의(Nuclear Pacifism)를 지지한다고 한다. 핵 평화주의란 핵무기 사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핵무기 보유를 통해서 핵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평화와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핵무기 보유를 궁극적으로 핵무기의 상호폐기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적 수단으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적과 아군이 동시에 핵을 보유함으로써 누가 먼저 핵 공격을 할 수 없어서 평화가 유지되는 핵 평화의 시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핵 평화주의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막기 위하여 비록 핵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코 핵무기로 보복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핵 공격을 받는다면 더 큰 파멸을 염려하여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을 나라가 어디 있을 것인가?

15. 이런 점에서 우리의 시대는 이미 종말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이다. 
핵 평화의 시대라는 핑계로 파멸이 전제된 시한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핵시대는 결국 인류의 마지막 시대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모든 노력은 시간 벌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핵평화는 누구도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는 끝없는 갈등의 연속이다. 핵으로 먼저 공격하는 국가는 두 번째로 파멸하는 국가일 뿐이다. 핵 위협 아래서 전 세계는 하나의 공동 운명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사례를 우크라이나가 보여주고 있다.

16. 핵융합은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우주는 137억 년 동안 이 에너지로 유지됐다. 그런데 인류는 1542년 코페르니쿠스 지동설로 시작된 과학혁명 이후 400년 만에 이 에너지의 이용방법을 발견했다. 과학혁명은 자연현상을 신의 섭리로 이해한 고대의 과학관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되었다. 137억 년 우주역사를 1년으로 환산한다면 과학혁명 이후 시대는 불과 1초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한다. 인류는 1초의 짧은 시간에 1년이라는 긴 우주역사의 비밀을 푼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이 어마어마한 우주의 비밀을 발견하고 제일 먼저 만든 것이 핵무기다. 지구상에 아무 천적도 없는 인간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확실히 멸종시킬 수 있는 강력한 폭탄을 제조한 것이다. 

17. 하나님은 죄가 세상에 국가에서 운영하여 더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물로 멸망시키셨다.
이는 하나님이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향한 최초의 헤렘 전쟁이었다. 출애굽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갈 때는 여리고 성에 사는 사람들이 헤렘 전쟁을 통하여 멸절되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항하는 민족은 헤렘 전쟁을 통하여 심판하셨다.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이는 하나님의 선한 창조에 도전하는 인류를 멸절시키기 위한 심판으로서 헤렘 전쟁이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최종적으로 인간을 심판하고 세상을 끝낼 헤렘 전쟁의 수단을 인간 스스로 마련토록 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

 


(참고)

칼 세이건,『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새뮤얼 헌팅턴,『문명의 충돌』(김영사)

홍순원,「핵 평화와 창조윤리 」(장신논단 Vol.52, No. 2)

신원하,「기독교 전쟁이론과 평화신학」(기독교 사상 2004년 8월호)


 

글 | 송윤강

과신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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