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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Homo amansㅡ그대와 나는 생명나무(Tree of Life)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4. 3.



볕이 좋은 날은 창문 밖을 향해  마음이 서두른다. 초록잎을 가진 식물들이 볕이 드는 쪽을 향해 가지를 뻗고 몸이 굽는 심정이 내 심정이다. 나는 경쾌하고 강렬하게 분출하는 태양을 향해 서슴없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는 해바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볕 속으로 걸어 나가 볕을 맞고 있는 지금 나는 엽록소 초록 알갱이가 혈관 속으로 번져가고 있다. 초록 알갱이가 흘러간 곳은 초록색 잎사귀가 돋아나고 얼굴은 이미  해바라기가 되어 버렸다. 초록 벌판 가득 해바라기들이 보인다. 볕이 좋은 날엔 이렇게 그대와 나는 녹색 인간이 된다.

녹색인간이 된 우린 생명의 기운인 빛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상승하고 하강하면서 우주에 닿아 평화를 맛본다. 근심과 걱정, 영혼을 위축시키는  두려움으로부터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자유롭다. 빛은 생명의  놀이터다. 

이 안정되고 충만한 만족감은 우리들의 마음을 열리게 하고 무기력하고 무거운 어둠에 있던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 물방울이 그려놓은  무지개처럼 생글거린다.

 



빛과 우리는 하나가 되어 마침내 그대에게서도  빛이 발산하고 유출된다. 그 빛은 생명의 기운이 되어 생명을 발산한다. 생명이 사방으로 흘러넘치고 그대는 행복해 보인다. 

녹색인간인  우린  주광성phototaxis이 있어 빛 쪽으로 저절로 이끌리며 빛을 원하며 빛을 향유하면 할수록 눌려진 우리의 영혼은 생명으로 생명의 환희로 생명의 창조로, 부풀어 오른다. 우린 비로소 진정 행복하다. 

그대와 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비슷하고 동질적인 것에 이끌린다. 우리는 눈에 즐거운 것을 좋아하고  귀에 좋은 것을 듣고 싶어 하듯 우리의 감각기들이 좋아하는 취향은 언제나  그 대상을 지시하고 그곳으로 이끌린다.

그대와 내겐 빛에 관한 한  너무나 강한 양성 주광성의 본성이 있다. 빛을 향해있는 순간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가 더 소중해지며 더 이상의  지배와 착취와 혐오와 배제와 갈등은 없다. 오직 크기와 색깔과 온기와 냉랭함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유기체들만 있을 뿐이다. 

그대와 나는 빛을 한 입 받아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생명이 차오르고 튀어 오르며 창조와 아름다움을 향한 조화와 대립의 기울기에서 스스로 확산한다. 내재적인 가치와 정신적인 가치를 향한 긴장으로 영혼이 진동한다.  

녹색인간인 그대와 내게 볕이 드리울수록  온화해지고 상냥해지며 친절해진다. 그대 눈빛은 금색으로 반짝이는 강물의 물비늘이 되고  그대의 잎사귀에서 또르륵 구르는 동그란 이슬은 그대의 명랑이다. 

 


그대 얼굴에 생명을 품은 동그라미가 피어나고 그대 가지에 원circle들이 열린다. 생명들이 열린다. 이제 그대는 생명나무 Tree of Life 곧 생명체의 근원이 된다. 생명나무의 가장 바닥에도 그대가 있었다면 생명나무의 꼭대기에도 그대가 있다.

 어두움을 찾아 헤매이며 빛 앞에서 두려워하던 그대와 내가  한가닥 빛줄기에도 몸이 타들어가버려 생명을 죽음에 던져버리길 원했고  끊임없이 끊임없이 어둠만을  맴도는 시지프스 같은 박테리아였을지라도  그러나 그대와 나는 어둠에 저항하기로 결정해 버렸다.

결정하고 무너지기를  수도 없이 되풀이 하면서도 비틀거릴 때  그 몸부림은 제자리가 아니라 나선형을 그리며 찬찬이 찬찬이 어둔 늪에서부터 걸어 나왔고 급기야는 쏟아지는 태양을 향해 두 팔을 높이 올려  빛의 세례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대와 나는 빛의 맛을 보아버렸다. 이제 우린 모두 빛을 맛보아야 살 수 있는 생명나무의 유기체들이다.  빛은 생명을 의미없는 사소성으로 사라져 가는 생명인 양  아무런 목적 없이 창조로 이끌지 않는다. 

빛은 생명을 더욱 생명 자체, 즉 존재 자체가 되도록 이끄는 힘이며 우리의 영혼을 성장  발전시키며  깊어지게 한다. 더욱 정신적이고 영적이게  정화시켜  그 무엇엔가에 닿게 한다.

 가시같기도 하고 장미 같은 길가메쉬의 생명나무는 다양한 삶의 처소에서  그곳이 바다든 육지든 사막이든  산이든 서로 생명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평안과 자유를 축복한다. 그대와 나는 서로가 서로를 지시하고 목적이 된다. 

사방이 볕으로 가득한 날 Homo amans인 그대와 나는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며 서로를 세워주고 신뢰와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품고서  빛을 향해 서 있는  생명나무다.




마음의 태양

조지훈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자. 

가시밭길 넘어 그윽히 웃는 한 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을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러르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으라. 

괴로움에 짐짓 웃을 양이면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마음 나라의 원광(圓光)은 떠오른다.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자.  

 

 

백우인 기자 (bwoo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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